더 크루 (The Crew)의 영구적인 서비스 종료와 그에 따른 라이브러리 삭제 사건이 게이머들의 단순한 분노를 넘어 법적 제도 마련이라는 거대한 파도로 돌아왔습니다. 2026년 5월 14일, 캘리포니아주 세출위원회는 게임 사업자에게 서비스 종료 후에도 플레이 환경 유지를 의무화하는 법안 ‘AB 1921(Protect Our Games Act)’을 본회의로 송부하기로 결정하며, 전 세계 게이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 법안 명칭 | AB 1921 (게임 보호 법안 / Protect Our Games Act) |
|---|---|
| 핵심 의무 | 서비스 종료 60일 전 통지, 독자 플레이 환경 제공 또는 환불 |
| 결정적 계기 | 더 크루 (The Crew) 서비스 종료 및 접속 차단 사태 |
| 적용 시점 | 2027년 1월 1일 이후 출시되는 디지털 게임 |
| 현재 단계 | 캘리포니아주 하원 본회의 심의 예정 |
서버가 꺼져도 내 게임은 남아야 한다, AB 1921의 핵심 골자
캘리포니아주 의회 의원 크리스 워드(Chris Ward)가 발의한 AB 1921은 디지털 게임 소비자들의 권리를 파격적으로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법안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게임사가 특정 게임의 공식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면, 구매자가 해당 게임을 서버 연결 없이도 계속 즐길 수 있도록 ‘대체 버전’을 제공하거나 패치를 통해 독립적인 구동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기술적 혹은 정책적 이유로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게임사는 소비자에게 적절한 금액을 환불해야만 합니다.
이 법안은 특히 2027년 1월 1일 이후 출시되는 모든 유료 디지털 게임을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다만 구독형 서비스(Sub)나 무료 게임, 처음부터 오프라인 플레이가 가능했던 게임은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하지만 온라인 전용으로 기획되어 서비스 종료와 동시에 ‘벽돌’이 되어버리는 대다수의 현대 라이브 게임들에게는 사형 선고와도 같은 강력한 규제가 될 전망입니다. 이는 게임을 ‘구매’하는 행위가 단순한 ‘대여’가 아니라는 게이머들의 인식을 법적으로 보호하려는 시도입니다.
더 크루 사태가 촉발한 ‘게임 보호’ 운동의 글로벌 확산
이번 법안 통과의 배후에는 유튜버 로스 스콧(Ross Scott)이 주도하는 ‘Stop Killing Games(게임 보호 운동, 이하 SKG)’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유비소프트의 레이싱 게임인 더 크루 (The Crew)가 서버 종료와 함께 구매자의 라이브러리에서 사라진 사건을 계기로 결성되었습니다. 더 크루 사태는 게이머들에게 “내가 돈을 주고 산 게임이 언제든 내 의사와 상관없이 사라질 수 있다”는 공포를 실감하게 했고, 이는 곧 전 세계적인 서명 운동으로 번졌습니다.
실제로 SKG는 유럽 연합(EU)에서도 ‘유럽 시민 이니셔티브(ECI)’를 통해 약 145만 건의 서명을 모으는 등 입법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의 이번 성과는 유럽에서의 입법 논의에도 큰 추진력을 실어줄 것으로 보입니다. SKG의 유럽 담당 제너럴 디렉터 모리츠 카츠너는 이번 세출위원회 통과를 “거대한 성공(Huge success)”이라 평하며, 만약 여기서 좌절되었다면 전 세계적인 게임 보호 운동이 위축되었을 것이라고 그 의의를 강조했습니다.
“게이머는 게임을 소유하지 않는다”는 업계의 반발
물론 게임 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의 대형 게임 업계 단체인 ESA(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는 즉각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ESA는 캘리포니아주 의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AB 1921은 소비자가 디지털 게임을 소유한다는 잘못된 전제에 기반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현대의 게임은 라이선스 허가 제품이며, 보안과 안티 치트 툴 등 복잡한 서버 의존적 구조 때문에 영구적인 플레이를 보장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ESA는 이러한 규제가 오히려 게임 산업의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게임사가 서비스 종료 후의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대규모 온라인 요소를 포함한 과감한 시도를 꺼리게 될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신작 출시 감소와 개발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게이머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게이머들은 이미 더 크루 사례를 통해 ‘혁신’이라는 명목하에 자신들의 재산권이 침해되는 과정을 목격했기에, 업계의 이러한 주장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향후 전망과 게이머의 권리
AB 1921이 실제 법안으로 성립되기까지는 아직 몇 단계의 관문이 남아 있습니다. 80명의 주 하원 의원 중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하며, 이후 상원을 거쳐 주지사의 최종 서명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가 일렉트로닉 아츠(EA), 액티비전 블리자드 등 글로벌 공룡 기업들의 본거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곳에서의 법안 통과는 사실상 전 세계 게임 서비스의 표준을 바꾸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인 Stop Killing Games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게이머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조직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6년 현재 진행 중인 이 논쟁은 단순히 환불 문제를 넘어, 디지털 시대에 ‘소유’라는 개념이 어떻게 재정의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더 크루가 남긴 유산은 결국 ‘내 돈 주고 산 게임을 언제든 즐길 권리’를 되찾기 위한 법적 토대가 될 것입니다.
[더 크루 사태가 증명한 디지털 소유권의 허상, 이제는 법이 답할 차례]
수석 저널리스트로서 이 사태를 바라볼 때, 핵심은 기술적 한계가 아니라 ‘기업의 책임감’에 있습니다. 수년 동안 게이머들의 지갑을 열게 했던 게임을 서버 유지비라는 명목으로 단 한 순간에 폐기하는 관행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AB 1921은 게임 산업이 ‘서비스’라는 방패 뒤에 숨어 소비자 권익을 외면해온 시대에 종언을 고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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