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다운 슈터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게임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쿠산: 늑대들의 도시 (Kusan: City of Wolves)가 8년간의 기나긴 개발 여정을 마치고 마침내 정식 출시됐다. 개발사 서클프롬닷이 선보인 이 작품은 탑다운 하드코어 슈터의 교과서라 불리는 ‘핫라인 마이애미’에서 강한 영감을 받았으면서도,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액션 문법을 정립하는 데 성공했다. 적도 나도 단 한 방에 쓰러지는 극단적인 긴장감 속에서, 플레이어는 죽음을 극복하고 성취감을 쟁취하는 하드코어 액션의 정수를 경험하게 된다.
▲ 공식 커버 아트 (출처: IGDB)
| 게임명 | 쿠산: 늑대들의 도시 (Kusan: City of Wolves) |
| 개발사 | 서클프롬닷 (Circle From Dot) |
| 장르 | 탑다운 하드코어 슈터 |
| 출시일 | 2026년 7월 31일 |
| 핵심 시스템 | 테크트릭스 (개조 격자 배치) |
| 음악 프로듀서 | 랍티미스트 (Laptimist) |
제한된 무기로 완성하는 완벽한 전투 메커니즘
쿠산: 늑대들의 도시의 전투는 주먹, 칼, 총이라는 매우 직관적이고 단순한 세 가지 수단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 단순함 속에는 치밀하게 설계된 무기 간의 시너지가 숨어 있다. 주인공 진의 군용 의수인 ‘워핸드’는 단순한 타격을 넘어 에너지를 충전해 문이나 엄폐물을 날려 적을 압사시키는 창의적인 플레이를 가능하게 만든다. 일격필살의 효율성을 자랑하는 ‘퀀텀 나이프’는 강력하지만 던진 후 반드시 직접 회수해야 한다는 명확한 제약을 두어 무분별한 사용을 억제하고 신중한 투척을 요구한다.
원거리 무기 역시 단순한 보조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적을 기절시켜 기회를 창출하는 권총, 충전 시 벽과 적을 관통하는 쇠뇌, 넓은 범위를 일소하는 대신 막대한 탄약을 소모하는 샷건 등 각 무기의 개성이 뚜렷하다. 플레이어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전장 상황과 몰려드는 적들의 유형에 맞춰 실시간으로 최적의 무기 조합을 고민해야 하며, 이는 곧 고도의 전술적 몰입감으로 이어진다.
테크트릭스 시스템과 성장의 재미
무기와 기술을 커스터마이징하는 ‘테크트릭스’ 시스템은 게임의 전략적 깊이를 더한다. 획득한 볼트로 기술을 해금한 뒤 한정된 격자판에 퍼즐처럼 배치하는 방식은 플레이어에게 선택과 집중을 강요한다. 적의 탄환을 튕겨내는 ‘역공’이나 나이프 자동 회수 등 매력적인 유틸리티 능력이 가득하지만 공간의 한계로 인해 모든 기술을 장착할 수는 없다. 이러한 제한은 플레이어가 매 판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최적화된 빌드를 연구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 게임플레이 및 공식 미디어 (출처: IGDB)
납득할 수 있는 죽음이 선사하는 중독성
하드코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죽음의 합리성이다. 쿠산: 늑대들의 도시는 이 부분에서 완벽한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맵의 구조가 직선적이면서도 직관적이어서 플레이어는 자신이 왜 죽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해야 했는지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다. 반복적인 실패는 스트레스가 아닌 일종의 학습 과정으로 다가오며, 마치 리듬 게임을 하듯 적들의 배치와 공격 타이밍을 몸으로 기억해 나가는 기묘한 중독성을 낳는다.
또한 단순한 스테이지 클리어를 넘어 속도, 콤보, 환경 요소 활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스타일 점수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더욱 화려하고 창의적인 액션을 추구하도록 유도한다. 네온 사인이 가득한 도시를 질주하는 오토바이 추격전이나 지형지물을 활용하는 독특한 보스전 역시 반복 플레이의 피로감을 덜어주는 훌륭한 장치다. 다만 후반부 일부 보스전의 난이도가 급격히 낮아져 클라이맥스에서의 긴장감이 다소 빠지는 레벨 디자인의 불균형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스타일리시 느와르 비주얼과 힙합 비트의 완벽한 조화
이 게임의 매력은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세련된 스타일에서 완성된다. 그래픽노블 연출을 적극 차용한 스토리텔링은 다소 진부할 수 있는 느와르 장르의 클리셰를 스타일리시한 감성으로 포장해 낸다. 거대한 음모, 과거 동료와의 갈등 등 익숙한 서사 위에 얹어진 네온 컬러 비주얼과 묵직한 유혈 묘사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여기에 국내 최정상급 프로듀서 랍티미스트가 참여한 붐뱁 비트 중심의 OST는 빠른 속도의 전투 템포와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며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쿠산: 늑대들의 도시가 증명한 한국형 하드코어 액션의 정체성
8년이라는 긴 담금질을 거친 쿠산: 늑대들의 도시는 타협 없는 하드코어 난이도를 정교한 레벨 디자인과 묵직한 타격감으로 승화시켰다. 죽음을 통해 성장을 유도하는 탑다운 슈터 본연의 재미에 한국 특유의 세련된 비주얼 감성과 힙합 사운드를 결합하여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비록 일부 레벨 디자인의 템포 조절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웰메이드 국산 액션 게임을 갈망하던 하드코어 게이머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기에 충분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최종 다이브 지수: 8.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