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더스 게이트 3 (Baldur’s Gate 3)는 현대 RPG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거대한 정점이자, 동시에 어떤 게이머에게는 결코 넘지 못할 거대한 벽이 되기도 한다. 독창적인 조작 체계로 정평이 난 ‘QWOP’와 ‘베이비 스텝 (Baby Steps)’의 제작자 베넷 포디(Bennett Foddy) 역시 이 거대한 서사시 앞에서 묘한 경외감과 피로를 동시에 느끼고 있다. 그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PC에 여전히 설치되어 있지만, 어쩌면 영원히 엔딩을 보지 못할 게임으로 이 작품을 지목하며 창작자이자 게이머로서의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 분석 대상 | 주요 내용 |
|---|---|
| 핵심 인물 | 베넷 포디 (Bennett Foddy) |
| 언급된 게임 | 발더스 게이트 3, 노이타, 브로그, 서브플로어 |
| 주요 키워드 | 프렌즈슬롭(Friendslop), 기술적 확장성, 창작적 번아웃 |
발더스 게이트 3를 삭제하지 못하는 창작자의 딜레마
베넷 포디는 발더스 게이트 3 (Baldur’s Gate 3)의 1막과 2막에서 엄청난 즐거움을 만끽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3막에 진입하는 순간, 그는 압도적인 콘텐츠의 양에 질려버렸다고 고백했다. 게임이 너무 거대해서 중단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가 쌓아온 캐릭터와 진행 데이터가 아까워 차마 삭제 버튼은 누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대 게이머들이 대작 RPG를 대할 때 겪는 공통적인 ‘숙제’ 같은 피로감을 상징한다. 대작의 볼륨이 오히려 경험의 완결을 방해하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그는 이러한 거대 자본이 투입된 AAA 게임과 대조되는 지점으로 자신이 즐기고 있는 로그라이크 게임들을 언급한다. 특히 이번 주 출시된 ‘넷핵 5(NetHack 5)’와 자동화된 시스템이 매력적인 ‘브로그(Brogue)’를 예로 들며, 창작적 번아웃 상태에서 뇌를 비우고 즐길 수 있는 게임의 가치를 역설했다. 베넷 포디에게 게임이란 때때로 거대한 서사보다 슬롯머신처럼 가볍게 작동하며 의사결정의 순간만을 제공하는 도구여야 할 때가 있는 셈이다.
프렌즈슬롭: 저예산 멀티플레이어의 새로운 생존 전략
포디는 최근 인디 게임 씬을 관통하는 트렌드로 ‘프렌즈슬롭(Friendslop)’이라는 용어를 제시했다. 이는 ‘리썰 컴퍼니 (Lethal Company)’나 ‘피크 (Peak)’처럼 정교한 그래픽보다는 친구들과의 가벼운 멀티플레이 경험에 집중하는 제작 방식을 의미한다. 그는 이것을 단순한 장르가 아닌 생산적인 제약으로 정의했다. 서버 부하를 최소화하는 기술적 선택을 통해 동시 접속자가 급증해도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제작 방식은 거대 자본이 투입되어 초기에 큰 수익을 내지 못하면 폐기되는 AAA급 슈팅 게임들과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베넷 포디는 창작자가 자본의 압박에서 벗어나 확장성을 확보하기 위한 영리한 전략으로 프렌즈슬롭을 바라보고 있다. 그가 어제 플레이했다는 ‘서브플로어 (Subfloor)’ 같은 호러 게임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의 연장선이다.
고전에서 배우는 추상화와 ‘노이타’의 혼돈
베넷 포디의 통찰은 테트리스의 제작자 알렉세이 파지노프의 고전 게임 ‘숄 (Shawl)’에까지 닿는다. 그는 파지노프가 테트리스라는 우연한 성공 이후, 그 추상적인 재미를 다시 포착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흔적에 깊이 공감한다. 이는 본인 스스로가 ‘QWOP’라는 가벼운 농담 같은 게임으로 명성을 얻은 뒤, 그 재미의 본질을 분석하는 데 수년이 걸렸던 경험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가 스팀에서 가장 많은 시간인 280시간을 기록한 ‘노이타 (Noita)’에 대한 찬사는 각별하다. 모든 입자가 물리적으로 시뮬레이션되는 카오스 속에서도 디자이너가 통제력을 잃지 않고 게임으로서 성립시킨 결과물에 경의를 표한 것이다. 이는 발더스 게이트 3처럼 정교하게 짜인 서사적 질서와는 또 다른, 시스템적 혼돈이 주는 희열을 그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준다.
Gaming Dive Perspective: 발더스 게이트 3라는 거대한 정원과 인디의 거친 야생 사이에서
베넷 포디의 고백은 오늘날 게이머들이 겪는 모순을 정확히 찌른다. 우리는 발더스 게이트 3의 완벽한 서사를 갈구하면서도, 그 거대함에 짓눌려 결국은 단순한 조작의 로그라이크나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드는 저사양 게임으로 도망친다. 진정한 게임의 가치는 엔딩 크레딧을 보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우지 못한 채 라이브러리에 남겨둔 그 ‘미련’과 ‘기대’ 사이에 존재할지도 모른다.
베넷 포디는 여전히 ‘서브스턴스 디자이너 (Substance Designer)’와 같은 전문 툴을 다루며 차기작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다. 그가 만든 ‘베이비 스텝’이 2025년 많은 게이머에게 고통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했듯, 그의 다음 행보 역시 우리가 게임을 바라보는 방식에 새로운 화두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발더스 게이트 3 스팀 공식 페이지를 방문해 이 거대한 세계가 왜 지우기 힘든 미련을 남기는지 직접 확인해보라.
최종 다이브 지수: 8.8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