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 (Assassin’s Creed Shadows)를 둘러싼 정치 사회적 논란이 마침내 유럽 연합(EU) 의회 청문회 단상까지 올라갔다. 전 세계 게이머들의 정당한 소비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발족한 게임 폐기 반대 운동이 한 극우 정치인의 정치적 선동으로 인해 엉뚱한 방향으로 변질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예술로서의 비디오 게임이 지닌 가치와 소비자의 디지털 소유권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오가던 엄숙한 자리는 순간 순수한 게이머의 분노를 이용하려는 정쟁의 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 공식 커버 아트 (제공: IGDB)
| 구분 | 주요 내용 |
|---|---|
| 대상 게임 |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 (Assassin’s Creed Shadows) |
| 핵심 안건 | ‘게임 폐기 반대(Stop Killing Games)’ 입법 청원 및 게임 내 다양성 논쟁 |
| 주요 관계자 | 모리츠 카츠너(SKG 사무총장), 밀란 우릭(슬로바키아 MEP) 등 의회 관계자 |
EU 의회에서 터진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 역사 왜곡 및 다양성 논란의 본질
최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의회의 게임 폐기 반대(Stop Killing Games, 이하 SKG) 청문회는 단순한 유튜버의 불만 제기에서 시작해 2년 만에 공식적인 입법 청문 단계까지 도달한 역사적인 자리였다. 대다수의 의원들이 게임을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닌 현대적인 문화 예술이자 지속적인 문화적 영향력을 미치는 매체로 인정하며 소비자 권리 보호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슬로바키아의 극우 정당인 공화국 운동의 대표 밀란 우릭(Milan Uhrík) 의원이 마이크를 잡으면서 논의의 본질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밀란 우릭 의원은 단상에 오르자마자 게임 산업을 망치고 있는 주범은 공격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나 서버 종료가 아니라 광적인 PC 주의(Wokeness)와 정치적 올바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근 출시된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에서 게이머들이 일본인 전사로 플레이하고 싶어 함에도 불구하고 흑인 사무라이나 여성 전사로 플레이하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게이머들이 성소수자 캐릭터를 강제로 선택해야 하는 상황 역시 플레이어들에게 심각한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정작 게이머 커뮤니티 내부에서는 이러한 정치적 선동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역사적 왜곡이나 캐릭터 설정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를 극우 정치권에서 자신들의 반이민, 반성소수자 정치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선을 긋는 모양새다. 실제로 우릭 의원이 소속된 정당의 핵심 인사들이 과거 네오나치 밴드 활동을 하거나 혐오 표현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력이 알려지면서, 그가 주장한 플레이어들의 목소리가 과연 순수한 유저들의 대변인지에 대한 의구심만 증폭되었다.
게임 소유권 박탈이라는 진짜 위협과 하드코어 유저의 지갑
정치인들의 이념 전쟁과 달리 하드코어 유저들이 마주한 진짜 위협은 게임을 온전히 소유할 수 없는 불합리한 디지털 유통 환경이다. 유저들은 패키지나 다운로드 콘텐츠에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도 유통사나 개발사가 서버를 끄는 순간 자신이 아끼던 타이틀을 다시는 플레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번 청문회를 주도한 SKG 운동의 핵심 요구 사항 역시 게이머들이 구매한 제품에 대해 최소한 오프라인 상태에서라도 영구히 소유하고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소비자 주권 선언이다.
실제로 유비소프트의 레이싱 게임 더 크루(The Crew)의 일방적인 서버 종료 사건은 전 세계 게이머들의 공분을 사며 이번 입법 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다. 게이머들은 인게임 상점과 시즌 패스에 수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결정 하나에 모든 데이터와 플레이 경험을 빼앗겼다. 유비소프트 측은 유저들이 게임을 실제로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 라이선스만을 대여한 것이라는 기존의 방어 논리를 고수하고 있으나, 이는 소비자들의 법적 권리를 기만하는 행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점에서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의 캐릭터 설정을 둘러싼 갈등을 청문회의 메인 의제로 올리는 행위는 소비자의 권익을 대변해야 할 의회의 집중력을 분산시킬 뿐이다. SKG의 총장인 모리츠 카츠너는 우릭 의원의 발언에 대해 그의 지지적인 톤은 고맙지만 청문회의 핵심 논점을 크게 벗어났다고 외교적인 아쉬움을 표했다. 게이머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이 정당하게 돈을 지불하고 구매한 타이틀이 언제든 실행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법적 안전망이지, 정치권의 이념 대리전이 아니다.
▲ 공식 아트워크 (제공: IGDB)
유럽 의회의 규제 움직임과 게이머가 쟁취해야 할 권리
이번 청문회는 단기적인 법제화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즉각적으로 도출하지는 못하더라도 유럽 연합 차원에서 게임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유럽 위원회는 과도한 시장 규제로 인해 유럽 내 게임 산업의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부당한 서버 종료와 기만적인 소액 결제 시스템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법적인 강제 조치뿐만 아니라 개별 국가 차원에서의 선제적인 규제 도입도 활발히 논의되는 중이다.
게이머들의 지갑을 위협하는 무분별한 페이투윈(Pay-to-Win) 구조와 카지노식 랜덤 박스 규제 역시 더는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다. 정치인들이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의 다양성 논란을 걸고넘어지는 동안에도 유저들의 주머니는 나날이 교묘해지는 비즈니스 모델에 의해 착취당하고 있다.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 스팀 검색 페이지를 비롯한 주요 플랫폼에서 신작들의 가격이 지속해서 상승하는 상황에서, 유저들의 구매 가치를 온전히 보존하기 위한 연대와 목소리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 논란이 남긴 본질: 문화 전쟁에 인질로 잡힌 게이머의 권리
이번 EU 의회 청문회는 게임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소비자 소유권 박탈 논의가 어떻게 정치적 선동의 도구로 변질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게이머들이 진정으로 분노하는 지점은 단순히 특정 캐릭터의 인종이나 성별이 아니라, 수만 원을 지불하고 구매한 타이틀이 기업의 일방적인 서버 종료로 허공에 사라지는 불합리한 현실이다.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가 촉발한 문화적 논쟁을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표밭을 다지기 위한 포퓰리즘 도구로 소모하는 동안, 정작 입법을 통해 보호받아야 할 소비자의 실질적 권익 개선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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