덱 빌딩 로그라이크의 독보적인 기준점으로 평가받는 슬레이 더 스파이어(Slay the Spire)는 고도의 수 싸움과 장기적인 자원 설계를 요구하는 명작이다. 최근 네덜란드 라드바우드 대학교와 백터 연구소 연구진은 대형 언어 모델(LLM)을 활용해 본작의 최고 난이도인 승천 20을 공략하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험은 기존 공략 데이터의 단순 암기를 배제하고자 인게임 명칭을 무작위로 치환한 맞춤형 환경 스파이어벤치(SpireBench)에서 아이언클래드 캐릭터로 진행되었다. 실험 결과 최첨단 인공지능조차 초반 전투의 우수한 성적과 달리 후반부로 갈수록 참담한 승률을 기록하며 장르 특유의 심오한 전략적 벽을 넘지 못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 공식 커버 아트 (출처: IGDB)
초반 압도와 후반 추락 극명하게 엇갈린 공략 곡선
이번 연구는 최신 플래그십 AI 모델 20종을 대상으로 동일한 10개의 시드를 부여해 총 200회의 런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1막(Act 1) 구간에서 GPT-6 아스트라나 클로드 페이블 5.1 등 최상위 모델들은 무려 90퍼센트의 돌파율을 달성하며 숙련된 인간 플레이어에 필적하는 뛰어난 계산 능력을 뽐냈다. 그러나 2막 진입 이후 생존율은 40에서 50퍼센트로 급감했으며, 3막 돌파율은 클로드 페이블 5.1이 20퍼센트, GPT-6 아스트라가 10퍼센트에 머물렀다. 심장과 마주하는 최종 보스 격파율은 GPT-5.6 쏠이 단 1회(10퍼센트) 성공한 것을 제외하면 모든 모델이 0퍼센트를 기록해 200번의 도전 중 최종 승리는 단 1회에 불과했다.
메가 크리트(Mega Crit)가 집계한 일반 이용자 20만 회 표본의 승천 20 최종 보스 격파율이 4퍼센트, 트위치 베테랑 스트리머들의 클리어율이 46에서 65퍼센트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AI의 후반 적응력은 숙련자의 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단기 전투에서는 완벽에 가까운 피해량 산출과 에너지 분배를 보여준 모델들이 어째서 2막 이후 급격히 자멸했는지는 덱 빌딩 로그라이크 특유의 리스크 테이킹 메커니즘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안전제일이 초래한 덱 파워 인플레이션 실패
슬레이 더 스파이어 고난도 플레이의 핵심은 적절한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미래를 위한 밸류를 축적하는 과감성에 있다. 강력한 유물과 고급 카드를 확보하기 위해 엘리트 몬스터를 사냥하고, 휴식처에서 체력 회복 대신 카드를 강화하는 스노우볼링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AI 모델들은 눈앞의 체력 보존을 지나치게 맹신하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냈다.
| 1막 평균 엘리트 전투 횟수 | 인간 평균 1.96회 / 스트리머 2.6회 / LLM 1.25회 |
| 1막 휴식처 체력 회복 선택 비율 | 인간 평균 23% / 스트리머 9% / LLM 68% |
| 1막 보스 진입 시 잔여 체력 비율 | 인간 평균 62% / 스트리머 56% / LLM 82% |
| 전투 보상 카드 획득 스킵 비율 | 인간 평균 23% / LLM 8% (평균 덱 19.3장) |
위 데이터가 명확히 보여주듯 AI는 엘리트 전투를 기피하고 휴식처의 68퍼센트를 체력 회복에 낭비했다. 그 결과 1막 보스방에는 체력 82퍼센트라는 안전한 상태로 도달했으나, 강화된 키 카드와 핵심 유물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로 2막의 가혹한 딜 체크를 견뎌내지 못했다. 이에 더해 승천 고단에서 필수적인 덱 압축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보상 카드를 무분별하게 집어삼킨 탓에 드로우 밸류마저 심각하게 오염되는 결과를 낳았다.
▲ 게임플레이 및 공식 미디어 (출처: IGDB)
인공지능의 카드 운용 장단점 분석
- 압도적인 턴 단위 전투 수읽기: 주어진 패 내에서 피격을 최소화하고 적을 빠르게 제거하는 국소적 피해 교환 계산은 인간 초심자를 아득히 초월한다.
- 효율적인 코스트 소모: 최소한의 턴과 에너지를 소모해 일반 몬스터 전투를 종료시키는 최적화 루틴이 정교하게 작동한다.
- 덱 압축 개념의 부재: 카드 보상 스킵 비율이 8퍼센트에 불과해 후반으로 갈수록 순환 속도가 급격히 저하되는 덱 오염 현상이 발생한다.
- 리스크 기반 투자 능력 결여: 체력을 자원으로 치환해 강력한 리턴을 얻는 엘리트 사냥이나 카드 강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해 후반 스케일링 싸움에서 도태된다.
연구진은 학술 논문 프리프린트 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를 통해 AI가 누적된 시도 속에서 장기적 인과관계를 학습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방어적인 선택만을 정답으로 내면화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짚었다. 체력을 아끼는 행동이 단기적으로는 생존을 보장할지언정 장기적으로는 필패의 원인이 된다는 덱 빌딩 장르의 역설적 미학을 인공지능이 해석해내지 못한 셈이다. 결국 슬레이 더 스파이어의 승천 20은 단순한 수치 계산기를 넘어 리스크를 통제하고 기회비용을 저울질하는 인간 본연의 결단력을 요구하는 영역임을 이번 실험이 증명해냈다.
📌 자주 묻는 질문 (FAQ)
Q. 연구에서 인공지능 모델들이 슬레이 더 스파이어 후반부에 실패한 결정적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단기적인 체력 보존에만 집착해 엘리트 전투를 피하고 휴식처에서 카드 강화를 생략하는 등 지나치게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2막과 3막에서 요구되는 덱의 파워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해 전멸했습니다.
Q. 인공지능 모델 중 슬레이 더 스파이어 승천 20 최종 보스를 클리어한 모델이 있나요?
A. 20종의 모델이 각각 10회씩 도전한 총 200회의 실험 중 오직 GPT-5.6 쏠 모델만이 단 1회 최종 보스 격파에 성공했으며 나머지 모델은 모두 실패했습니다.
Q. 이번 실험 환경에서 기존 게임 공략 데이터의 사전 학습 문제는 어떻게 배제했나요?
A. 연구진은 스파이어벤치(SpireBench) 모드를 구축하고 게임 내 카드와 유물 등의 명칭을 무작위로 치환하여 AI가 사전 학습된 고유 명사 공략 데이터를 그대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통제했습니다.
계산은 기계의 몫 결단은 게이머의 몫
단기 피해 계산에 최적화된 연산 모델조차 체력을 깎아 강화를 누르는 과감한 베팅 앞에서는 길을 잃었다. 슬레이 더 스파이어가 수년째 명작으로 군림하며 2026년 3월 얼리 액세스를 시작한 후속작까지 열광을 이끌어내는 이유는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불확실성 속에서 리스크를 짊어지는 인간적 직관을 끊임없이 시험하기 때문이다. 최첨단 신경망이 보여준 쫄보 메타의 비참한 말로는 역설적으로 이 장르가 왜 그토록 치열하고 매혹적인지 다시금 일깨워준다.
다이브 지수: ⭐⭐⭐⭐☆